2014년 11월 11일 화요일

2014 광주와 부산의 격년제 미술축제 관전기 (노블리안 12월)

* 지난 9월 개막한 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2014.0905~1109 비엔날레관)+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 그후'와 부산비엔날레 '세상 속에 거주하기' (2014.0920~1122 부산시립미술관)에 관한 짧은 리뷰. 관련 전시 사진은 엮인글에 많다. 신라호텔 VIP잡지 <노블리안>(11월)에 기고. 


광주와 부산의 격년제 미술축제 관전기비엔날레가 봉착한 포화점



반이정 미술평론가

9월을 전후로 전국에서 개최되는 미술 비엔날레 가운데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고 역사가 긴 광주와 부산의 개막식을 다녀온 후둘을 비교해 봤다.

세계 유명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들을 결집한다는 점에서비엔날레의 고정적인 풍경은 현대 미술의 격전장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그렇지만 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하러 광주나 부산으로 향하는 전문가의 마음이 늘 기대에 차있는 건 아니다전공자 입장에서 비엔날레는 2년 주기로 광주나 부산 등지로 떠나는 외유의 성격이 분명히 있다축제 분위기로 들뜬 외지에서 동료 미술인들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지방의 문화 행사라는 인상이 내겐 없지 않다드물게 남다른 기획안을 전시로 구현한 성공적인 비엔날레를 만날 때도 있지만그런 일은 어디까지나 드문 일이다매 회 광주 부산 서울 등지에서 개최되는 이 초대형 미술 축제에 대한 평가가 호평보다는 혹평으로 쉽게 기울 때가 많은 것도 비엔날레를 향한 기대감이 크지 않다는 점을 방증한다비엔날레 과잉은 관람의 피로감을 쌓는다.

규모인지도역사 등에서 광주 비엔날레가 부산 비엔날레보다 우위에 있는 게 사실이다그럼에도 부산비엔날레는 언제나 광주비엔날레의 비교 대상으로 평가 되어 왔고번번이 부산은 광주에 비해 열세로 평가 되곤 했다그렇지만 올해 비엔날레만 한정한다면 나는 광주보다 차라리 부산이 나아 보였다. 2014 광주비엔날레를 좋고 나쁨으로 단순화 시킨다면 나쁜 쪽으로 나는 판단했다.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선언 같은 대 주제 아래, 5개의 비엔날레 전시실에 각 다른 5개의 소주제를 배당한 전시 구성이다요컨대 1전시실구속 투쟁 속의 신체, 2전시실 소비문화의 물질적 생산이런 식으로 말이다그렇지만 전시실과 배당된 주제 사이의 유기성을 느끼기에 쉽지 않다도리어 다섯 전시실의 각기 다른 주제들 사이에서 편차를 느끼기 어려웠다는 게 맞다인상적인 대표작도 떠오르지 않는다그러니 전시가 전반적으로 방만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한편 본 전시에바다 미술제와 조각 프로젝트를 통합해서 운영해왔던 부산 비엔날레는 올해부터 본 전시와 2개의 특별전으로 편성을 변경했다종전에 비해 동시대 미술에 집중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세상 속에 거주하기라는 모호한 대 주제 아래,전시장들을 7개의 소주제로 배당한 점은 올해 광주의 편성과 다르지 않다그렇지만 다채로운 동시대 실험 작품을 수용할 수 있는 드넓은 비엔날레 전용관을 갖춘 광주에 비해목재 바닥에 정형화된 모양의 전시실을 갖춘 부산시립 미술관의 불리한 여건을 감안한다면, 7개의 소주제 전시실들은 응집력 있는 작품들을 선별한 축에 속한다그래서 부산에 후한 점수를 줄 수 있었다나아가 사료 정리에 소홀한 채 오직 현재의 성과에만 올인하는 우리 문화의 척박함을 고려한다면올해 부산 비엔날레는 세계 비엔날레 축제에 출품한 우리나라 미술가들의 지난 이력을 모은 아카이브 전시를 특별전으로 마련했는데이 점 역시 고무적이다.

광주는 '터전을 불태우라', 부산은 세상 속에 거주하기이다경직되지 않고 시적인 화두여서 유연한 어감부터 좋다그렇지만 이현령비현령식의 오지랖이 너무 넓은 화두이기도 하다어떤 작품을 모아놓건 문제 되지 않는그러나 구체성을 떨어뜨리는 기획안이라는 얘기다광주는 우려처럼 그렇게 됐다올해 광주와 부산의 화두는전국 비엔날레 행사가 봉착한 포화상태를 느끼게 한다.

전 세계 미술 비엔날레 과잉으로전 세계 모든 비엔날레들도 매 회마다 변별력을 발휘하긴 힘들어졌다먼저 기획 주제와 작가의 다양성이 소진된 형편이다한국은 그 무수한 비엔날레 개최국 중 한 곳이니 어련할까전공자 입장에서 지방도시의 비엔날레가 축제 참관이라는 성격을 있는 것처럼지방도시도 비엔날레를 자체 문화행사로 경쟁적으로 개최한 면이 있다.포화상태가 된 국내 지방도시의 비엔날레들이 방만한 주제에 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올해 광주와 부산의 비엔날레를 참관하며 품은 또 다른 생각은 외국인 감독제이다이제까지 광주의 경우만 두고 볼 때외국인 감독 선임은 국제적인 미술계 명사를 불러자체 행사의 인지도를 높인 점만으로도 부족함이 없었다하지만 올해 광주 비엔날레의 완성도나감독 선임 문제로 행사 전부터 논란을 일으킨 부산 비엔날레의 사례를 보면서이제 이런 의문을 품게 된다
"꼭 외국인 감독이어야 했을까?"


 
 광주 비엔날레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