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5일(금) 16시30분. 대한극장. 엄태화 감독 <잉투기 Ingtoogi>(2013) 시사회.
별점: ★★★★★
완전 새롭다. 반갑고 즐겁다.
영화를 보면서 '김장훈을 닮은' 엄태구에게선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의 류승범과 류승완이 떠올랐고, 가느다란 눈매의 류혜영을 보면서 내내 <여고괴담 2>(1999)의 공효진이 떠올랐다. 긴다리의 류혜영은 완전 미녀는 아니지만 묘한 섹스 어필을 표정과 인체에 담고 있다. 앞선 두 영화 모두 당시로선 새로운 영화실험을 감행한 작품으로 평가 받았었다. 뒤늦게 생각이 난 건 <잉투기>의 감독과 주연배우가 형제인 점까지 류승완 류승범 케이스와 닮았더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영화 첫화면 크레딧을 봤을땐, 또 무슨 식상한 사연을 인용하려 드나....했는데, 예상 벗어났음.
시나리오 탄탄하고, 화면의 시각적인 전환도 스토리와 동기화되어 감각적이고 경쾌하되 진부하지 않다. 무엇보다 현시대를 지배하는 감각과 정서를 화면과 플롯으로 능숙하게 구현한 점 때문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또 다른 장점은 뉴페이스의 등장이다. 출연진 모두의 연기력이 식상한 프레임에서 벗어나 있다. 주연이건 조연이건 가릴 것 없이 연기력이 전부 출중하다. (내가 너무도 혐오하는) 감정 과잉의 연기를 하지 않고도 흥분된 상황을 재현한다. 뉴페이스는 아니지만 <어떤 시선>에서 엄마로 출연한 중견 연기자 길해연도 <잉투기>에서 만날 수 있다. 흔히 오바액션으로 빠지기 쉬운 격투기 원장 역의 김준배도 절제된 감정과 쌈마이 기질을 균형있게 조화시켜 자기 연기에 입혔다. 김준배의 연령를 확인하곤 깜놀(나랑 사실상 동갑. 내가 과도하게 동안임).
<잉투기>의 또 다른 매력은 젊은 하류 인생의 표정이, 그들의 뒷배경으로 나오는 서울 변두리 가옥들로 간접 서술된다는 점. 그것이 연출자의 의도건 아니건 나름 세련됐다. 또 실시간 소통 시대의 정서가 화면에서 덧글문화로 투영하는데, 이 방식도 경쾌한 편집을 따라서 한편으론 신기하고 한편으론 감정이입이 된다. 류혜영이 여고생 출연하는 여고 교실 장면도 신랄하다.
이제껏 ★점을 다섯개 준 적이 <마지막 사중주> 딱 한번 있었는데(엮인글), <잉투기>도 ★점 다섯개 받을 자격있음. 전체적인 완성도는 4개반 정도. 그렇지만 출중한 신예의 제시, 영화 패러다임 전환. 또 모든 면에서 새롭다는 점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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