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일 화요일

0930 벤다 빌릴리 Benda Bilili! ★★★☆ +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 ★★★★☆

9월30일(월) 14시. 왕십리CGV. 리노듯 바렛, 플로렝 드 라 툴라예 감독 <벤다 빌릴리 Benda Bilili!>(2010) 시사회.

별점: 



불편한 자세로 축구에 몰두하고 고난도 기교로 춤을 선보이는 일군의 흑인 무리들이 영화 도입부에 나온다. 나는 이 장면을 콩고 지역의 토속 병신춤(한국으로 치면 밀양의 전통춤인 병신춤)이나 변형된 비보잉인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콩고 지역 내에서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하류 중 하류들이 모여사는 마을의 한 풍경을 잡은 것이었다. 영화도 그 지역 소수자 음악인들의 성장사를 5년여에 걸쳐 성실하게 취재하고 편집한 다큐멘터리이다.  

손으로 페달을 구동시키도록 개조된 세발 자전거로 이동하는 이 소수자들은 부모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유년시절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못해서 불구로 자랐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장애를 겪는 지역 음악인들이다. 음악인이라는 표현보다, 이들의 타고난 불구와 불편을 견뎌내는 것이 전적으로 음악이어서 음악인이 된 경우다. 처량한 신세 한탄을 가사에 담은 노래로 주로 부르는 이들의 음악은 비트와 박자가 핵심이고 더러 아카펠라 선율도 지닌다. 때문에 전혀 지향점은 다르지만, 비슷한 지역(남아공)에서 활동하는 '레이디스미스 블랙 맘바조 ladysmith black mambazo'가 떠오르기도 했다.

분유 깡통에 1개의 현을 단 정체불명의 1현 악기를 연주하는 어린 소년과 여럿이 협연 하는 장면은 유럽 음악문화의 견지에선 이국적인 매력이 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해산과 결합을 반복한 이들이 결국 유럽 공연 투어에 초대받아 유럽 현지 록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 이때 가장 돋보였던 건 1현악기를 연주하는 소년 같아보였다. 

영화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이들의 일대기를 성실하게 추적한 영상의 편집본이다. 해서 초반 영상(2009년 이전까지)의 화질은 이들이 놓인 처지 만큼 저화질이다. 화질의 개선과 나란히 이들에게 유럽 무대가 마련되는 점이 역설적으로 재밌는 관전 포인트이다. 

2009년 첫공연에서 이들의 손에 8백 달러가 쥐어졌고, 초대 공연이 이들 앞에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하위 문화에서 성장하는 실화여선지 영화가 끝났을 때 일부 관객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2005년부터 5년동안 실제 삶이 영화의 서사가 된 점은 역설적으로 이 영화의 맹점이기도 하다. 현실을 성실하게 추적한 것만으로 연출력이 보장받는건 아닐 터이다. 그래선지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길게 느껴졌다. 관람자가 체감하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마저 연출력일 것이다. 그것이 설령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 2005년 2007년 2009년의 콩고의 상황이 연달아 나오는데, 그 무렵 한국은 어땠는지 떠올려봤다. 모든 영화의 미덕이자 특히 <벤다 빌릴리!> 같은 영화의 미덕은 체험하지 못하는 '진짜 또 다른 세상'이 지구상에 있다는 사실을 섬뜩하게 문뜩 깨닫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렇게 살 수가 있다니." 영화를 보는 중 이런 탄식이 내면에서 여러 번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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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30일(월) 16시30분. 왕십리CGV.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쇼를 사랑한 남자 Behind the Candelabra>(2013) 시사회.

별점: 






영화가 끝날 때까지 리버라치 역을 맡은 남자 배우가 누군지 모른 채 봤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리버라치가 꽤 유명한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모른 채 봤다. 
영화 속에서 리버라치는 자신의 3대 즐거움을 섹스, 마약, 쇼핑이라고 털어놓더라. 
별점이 모든 건 아니지만, ★을 5개 줄지 4개반을 줄지 지금까지 고민이다(나는 이제껏 ★5개는 <마지막 4중주>에만 줬다).

소음으로 시끄러운 클럽 안에서 서로 눈길을 주고 받다가 작업을 거는 두 남성을 배치한 영화 초반부에서  "이건 내가 모르는 질감의 영화겠구나."하며 내심 생각했다. 내가 잘 알 수 없는 질감의 영화였다. 하지만 이성애자도 깊은 감정이입에 몰입하게 하는 점에서 이 영화는 퍽 훌륭하다. 바로 그 점과, 거물 배우들을 거느리고 이런 주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 부러워서 ★5개를 주고 싶었던거다. 아무튼. 

리버라치 역의 마이클 더글라스, 연인 스콧 역의 맷 데이먼, 주치의 역의 로브 로우. 이들의 연기력 반전(동성애자 연기)만으로도 퍽 큰 가산점을 받을 만한 영화다. 예술상에 개개인의 취향이 휘둘릴 필요는 없다고 나는 평소 믿지만, 그 긍정적인 위력마저 불인정할 필욘 없을 것이다. 칸 영화제와 에미상에서 큰 상을 여럿 받았단다. 시사회 영화를 선택하기 앞서 해외 평가를 검색한 결과, 비평가들에게 전반적으로 호평을 받은 영화The film garnered general acclaim from critics.라는 지문 때문에 보러 갔다.  

* 대등하게 비교할 순 없지만, 음악과 호모섹슈얼리티/바이섹슈얼리티가 대본의 중심에 박힌 영화로 <헤드윅>과 <벨벳 골드마인>이 떠올랐다. 나는 두 영화 모두 무척 좋아했다.



+ 부록 리버라치의 생전 모습




리버라치가 사망한 이듬해(1988) 그의 전 애인 스콧이 비망록을 펴냈다. 이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의 원제이자, 대본의 바탕이 되었다고.  

1980년대 아메리칸 팝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과거 사진. 리버라치를 검색하다 잡힘. 하단 중간 모피옷 리버라치를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신디 로퍼, 알리, 헐크 호건은 알겠는데, 우측 하단 파란 눈매녀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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