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초 중반 무렵 친구의 영향으로 재즈에 주목했었다. 우연히 1994년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몬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주연 차인표가 섹소폰을 연주하는 장면이 전파를 타면서 전국의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고, 드라마가 한국 사회에 대중적인 재즈 유행을 확산시킨 본의 아닌 계기로 해석되기도 했다. 당시 나는 명반으로 분류된 재즈 음반도 중고로 사모았고 드물게 재즈 콘서트에 혼자 찾아가기도 했다. 한참 지난 일인 데다가 이젠 재즈를 애써 찾아듣지 않게 된 사정으로, 잊고 지낸 개인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그 당시 복잡한 재즈의 유형과 계통을 손쉽게 조감하고 싶은 마음에, 부족한 국내 자료를 토대로 '재즈 계보'를 손으로 직접 작성한 적이 있다. 그 재즈 계보를 손수 작성한 곳은 군대였다. 당시 내가 군복무중이어서. 그 자료는 가령 '랙타임 → 블루스 → 뉴올리언 재즈 → 스윙 → 비밥 → 쿨 → 하드밥 → 프리 → 퓨전' 이런 식으로 재즈의 개별 유형의 전개를 개념과 해설로 정리하고, 각 유형별로 연관된 연주자와 연주곡을 기재한 수기 형식의 자료였다. 지금 그 자료가 어디 있는진 모르지만.
90년대 초반 같은 친구의 영향과 개인적인 선호로 인해, 헤비메탈에도 몹시 몰입했는데 내가 소장한 음반의 거의 대부분이 그 무렵 구입한 것이다(엮인글). 재즈 계보를 작성한 관심사처럼 헤비메탈의 다양한 유형과 계보학에도 관심이 커서 헤비메탈을 중심에 놓았을 때 전후로 어떤 음악적 선대와 후대가 있는지 부족한 자료에 의존해서 음반을 수집했다. 다양한 펑크락 밴드들, 벨벳 언더그라운드, 제퍼슨 에어플레인, 프랭크 자파 그리고 재즈까지 모두 거미줄처럼 엉킨 록의 맥락을 짚던 중 발견하고 구입해서 들은 음악이다. 수집한 음반 가운데에는 세간에선 신화니 명반이니 하는 상찬을 받았지만 내 취향에는 전혀 맞질 않았던 음반도 많았다. 레드 제플린과 딥퍼플처럼 전설로 분류된 원조 하드락 밴드는 거의 모든 음반을 갖고 있지만 좋은 점을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경우.
이제는 온라인에 무료 자료가 산적한 시대가 와서 계보학과 영향관계를 파악하기에 너무 손쉬워졌다. 심지어 희귀 명반으로 분류 되어 고가에 어렵게 구입했던 거의 모든 아트록 음반이 수록된 전부를 통째로 유튜브에서 찾을 수 있는 시대다.
유능한 개별 아티스트의 기량에 집중하기보다, 영향 관계가 형성한 계보를 따지고 주제별로 유형화 시키는 데에 훨씬 관심을 집중시킨 과거 기억이다. 이런 취향은 현재 미술을 대할 때에도 동일하게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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