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1일 토요일

0110 영화 <만찬>

1월10일(금) 14시. 왕십리CGV. 김동현 감독 <만찬 The dinner> (2013) 시사회. 


별점:  보류





영화 평가에 동원되는 별점에 동의하는 것이 내 기본 입장이지만, 별점으로 나누기 난처한 영화가 있음을 안다. 어제 시사회로 본 <만찬>의 경우가 내겐 그렇다. 별의 개수가 시각적으로 선명한 가치평가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 3개+반 주기엔 인색하게 느껴지고 4개까지 주기엔 주저하게 되는 영화였다. 드물게 만나는 그런 영화에 대해선 별점 보류로 남겨둘까 한다. 

<만찬>은 2013년 부산영화제 폐막작이었단다. 낯익지 않은 마스크의 배우들, 연극처럼 느껴지는 어떤 배우들의 연기술, 단편 독립영화 필이 도는 이야기 전개,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높은 신선도.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을 정리하면 이렇다. 그 인상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만날 수 있는 불안정한 가족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대리운전을 부른 진상 손님의 작위적인 위악이나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연달아 발생하는 불행 등이 마음에 약간 걸렸지만, 이야기의 짜임새는 대체로 괜찮다. 

한국 중년 성인들에게 찾아오는 명예퇴직과 비정규직 삶과 대리운전 알바와 이성 관계에 드리운 부조리한 파산 등이 영화를 시종 무겁게 만들고, 그런 이야기들로 채워진 <만찬>을 한국의 생계형 스토리처럼 느끼게 만든다. 그럼에도 짜임새 있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궁극에 뭔지 통 알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주인공의 나이든 어머니가 내뱉는 어떤 대사 "그냥 사는 게 힘드니까."는 <만찬>을 시종일관 지배하는 정서이기도 하다.  



* 이 글에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처리가 맘에 들었다.  
** 나는 평소에도 유년기 아이를 예뻐한 적이 없다. 그 또래 아이들이 내겐 거리를 두고 싶은 존재이기까지 하다. 이 불안정한 가족사를 다룬 이야기의 시작점과 끝점에 유년기의 어떤 아이를 개입시킨 건 꽤 설득력 있는 설정이었다. 그럼에도 영화에서 말 안듣고 징징대는 아이의 모습을 시종 관람하고 앉아 있자니 그것이 허구적 설정임에도 밀려드는 짜증을 어쩔 수가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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