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책 <사물판독기>가 오늘 네이버책에 소개 되었다.
사물 판독기 미술평론가가 본 사물과 예술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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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평론가에겐 난해한 예술 비평을 기대하게 되는데요. <사물 판독기>에서는 평범한 사물을 다루고 있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 주변에 널린 사물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대상이고, 전시장에 걸린 예술은 예술가와 관객을 매개하는 대상인 점에서 유사합니다. 사물과 예술이 대등하진 않더라도 어떤 해석을 달 수 있다는 점에선 동일하거든요. 중요한 사실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언제나 예술보다는 사물이라는 점이죠. 때문에 사물에 대한 남다른 관찰은 자기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에게는 '예술 따로, 삶 따로'라는 낡은 고정관념이 있는데, 많은 독자와 관객이 어려워서 거리를 두는 현대미술은 일반 사물을 예술작품으로 변형한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주변 사물에 대한 속 깊은 애정이 현대미술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 <사물 판독기>가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갖는 변별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두 가지 정도 들 수 있을 거 같아요. 출간 직전 출판사도 이 책을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지 조금 난처해했습니다. 미술책으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책에 미술작품 도판이 많이 사용되었거든요. 그렇지만 내용으로 볼 때는 미술이 아니라 사물을 다뤘잖아요. 그렇다고 에세이 분야에 넣기도 어색하다는 거죠. 제 책 같은 편성을 취한 책이 서점가에 선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분류하기 어려웠던 겁니다. 고정된 분류법에 예속되지 않는 책이 제 책 같고요.
다른 하나는 도판 하나와 짧게 압축된 문장을 한 세트로 묶은 게 이 책의 편성이거든요. 그건 우연히 오늘날 SNS에서 흔히 보는 의사소통 방식입니다. 모든 도판마다 장황한 해석을 달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기도 했고요. 어렵지 않고 재밌게 주변 사물을 돌아보게 만든 점도 변별점일 거 같고요.
- 총 100개의 사물을 6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목차를 구성했는데요. 집필의 대상이 된 사물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셨나요?
- 우리 주변에 널려있지만, 그 사물의 '용도' 외에는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일상 사물들을 대상으로 골랐고, 그 사물들에 깃든 속사정을 풀어보려고 했습니다. 그중에는 모순적인 성격을 지닌 것이 많았습니다. 그 모순성은 사물을 바라보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 같았습니다.
요컨대 책에서 다루는 예식장을 볼까요. 한국에서 예식장은 국적불명의 궁전 모양처럼 통일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굉장히 촌스러운 건축 디자인이라고 많은 분들이 느끼면서, 정작 결혼식은 그런 곳에 가서 스스럼없이 치릅니다. 그런 모순이 왜 발생하는지 짧고 경쾌하게 풀이했습니다. - 책이 예정보다 늦게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또 이 책은 시사 주간지에서 2년간 연재된 것을 새롭게 엮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연재 당시와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짧은 글과 도판 하나를 한 세트로 편성한 글을 2년간 쓰다 보니, 필자로서 욕심이 생겼어요. 책으로 묶으면서 6개의 주제로 목차를 구성했는데, 매 주제의 뒷부분에 제법 긴 해설을 삽입했습니다. 짧은 글로 해갈할 수 없었던 깊이 있는 정보를 해설로 충당하고 싶었거든요. 그 긴 해설을 쓰기 위해 자료 조사를 오래 했습니다. 100개의 사물을 다룬 짧은 글들도 연재 당시 원고를 모두 수정해서 다시 썼어요. 끝으로 연재 때 잡지에 수록된 사물 도판이 언제나 맘에 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내면서 도판 모두를 전부 갈아치웠습니다. 단순히 사물을 더 잘 찍은 사진으로 교체한 게 아니라, 제가 선택한 사물을 작품으로 다룬 미술품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작품 사진을 도판으로 썼습니다. 아무래도 평범한 사물 사진보다 미술품 도판을 수록하는 게 독자의 보는 즐거움을 높일 거라고 봤거든요.
- <사물 판독기>는 독자에게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 이 책은 성찰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물을 다룹니다. 자신이 평소 주의나 관심을 던지지 않았던 대상 혹은 사람을 이 기회에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고요. 이 책은 오늘날 SNS식 단문 의사소통을 훨씬 일찍 채택한 연재물에서 가져왔거든요. 그 점에서 현재의 소통 방식에 친숙한 보편적 독자들이 이 책에서 공감 어린 호흡을 나눌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끝으로 평범한 사물의 저변을 경쾌하게 해석한 이 책이, 독자들이 난해하다고 느끼는 현대미술과도 가까워지는 디딤돌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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