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23일(금) 전시관리모델링공사 자문회의(엮인글)가 끝나고 사람들이랑 저녁 식사를 한 직후, 나홀로 식당을 빠져나와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빠듯하게 달려갔다. C.M.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를 보러. 베버의 오페라를 내가 공연이건 음원으로건 접하긴 아마 처음인 걸로 안다.
그래서 '마탄의 사수'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는데, '마술 탄환의 총을 쏘는 사람' 정도로 풀이되는 제목이었다. 옛날 번역투를 그대로 쓰다보니 이런 해괴한 명칭이 계승되는 거다. 요컨대 모차르트 오페라 '요술(마술) 피리'가 한때 '마적'이라고 번역되었던 옛시절이 있었던거랑 같은 거다.
프로그램을 펼쳐보니 오페라 <마탄의 사수>은 당시의 괴기소설에 해당하는 <유령이야기 책>을 원작으로 삼고 있는데, 원작 소설은 비극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반면 오페라는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각색했단다.
대극장에서 성악가와 배우들은 약 10도 가량 기울어진 무대 위에서 공연을 한다. 매번 느끼는 바인데 국내 오페라 공연의 가장 큰 취약점은 무대예술과 성악가의 연기력의 지체현상이다. 기울어진 무대 설정 외에는 인상에 남는 무대예술을 떠올리기 힘들었다. 무대 위에 오른 성악가들의 연기력도 턱없이 취약하다. 종합예술인 오페라에서 성악가의 기량을 가창력에만 한정시키는 국내의 오페라 디렉팅 관행은 매우 시대착오적이다. 전근대기에 지어진 오페라의 스토리는 대부분 신파적이기 마련이다. 이런 시대착오적 이야기를 동시대 청중에게 있는 그대로 내놓는다면 공감을 얻기 어렵다. 원작에 충실하기 보다 원작을 당대 실정에 맞게 고쳐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손봐야하는 부분이 무대의 주인공인 성악가의 연기력과 의상이다. 당연히 무대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수정해야 할텐데, 항상 낡은 연극무대 느낌이 난다. 한국에서 상연되는 (아마도 절대 다수의) 오페라 공연은 무대예술과 연기력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만회하려는 노력이나 의식이 전혀 느껴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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