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 이사온 조원동(신림 8동) 강남아파트 - 네이버 검색에는 '강남아파트주택재건축'으로 잡히기도 한다 - 의 외관 사진들을 공개한다. 거주 3달째로 접어 들면서 희소성도 높고 곧 재개발이 들어갈 공산이 큰 강남아파트가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시공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자칭 아파트로 불리는 구시대 아파트들이 영화의 배경이나 예능방송에서 소재로 쓰인 적은 많다. 다른 구식 아파트들과 신림동 강남아파트 사이의 차이점은 이곳은 재개발 계획이 몇차례 무산되면서 관리 방치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거주자도 30% 밖에 안 되고 보수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과거의 인상을 온전히 간직한 황량한 섬처럼 고립되어 있다.
강남아파트에 머물며 받은 인상을 요약하면 이렇다.
- 이 근방-봉천동, 신대방동, 미성동(신림동)-에 살며 이 아파트를 오며가며 줄곧 봐왔는데 매번 사람이 살지 않는 폐허인줄 오해했다. 그런데 사람이 엄연히 거주하는 아파트였고 지금은 내가 살고 있다.
- 내가 거주한 동은 다른 동들과 달리 일반 차도와 도림천 고가도로 그리고 2호선 지하철이 지상으로 지나는 철로를 마주보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큰 차량 소음이 전달된다. 더욱이 워낙 예전 목재 창호여서 창문을 닫아봐야 방음 효과는 거의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소음의 일관된 질감 때문에 신경에 거슬리진 않는다. 더 좋은 점은 부엌 차창 밖으로 근접거리에서 2호선 지하철이 지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들어온다. 가까이서 횡으로 지나는 지하철을 볼 때마다, 유사한 홍콩의 거주지를 다룬 왕가위 영화 <중경삼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 이곳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미성동(신림 11동)에 갓 지은 신축 오피스텔에 2년 간 묶은 바 있다. 그런데 워낙 허술하게 지은 오피스텔이라 제 아무리 신축이어도 아래층에서 문닫는 소리 샤워기 소리 더러 대화 소리까지 위층으로 전달될 만큼 순엉터리 건물이었다. 집주변으로는 하루에도 십수번 이런저런 물건을 파는 장사 차량이 방송을 틀어대는 통에 여간 시끄러운 곳이 아니었다. 강남아파트로 이사온 후 주변에 자주 털어놓는 고백을 종합하면, 앞에 살던 미성동 오피스텔에 비해 조원동 강남아파트의 거주 만족도가 내게는 훨씬 높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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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앞으로 강남아파트에 몇 달을 더 체류할지 모르나, 길게 잡아야 4달 내외가 될 공산이 크다. 강남 아파트를 어떤 형태의 목적에서건 방문하고 싶은 분은 연락 바란다. 영감을 줄 만한 장소다. 구로디지털단지역 근처인데 연변 출신 사람들도 많이 사는 동네다. 도시주의를 지향하는 미술인 중에도 재개발지를 주제로 정한 후 현장을 답사하는 건 매우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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