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19일 목요일

0618 님포매니악 볼륨1 Nymphomaniac: Vol.1 ★★★★☆

6월18일(수) 19시30분. 대한극장 <님포매니악 볼륨1 Nymphomaniac: Vol.1>(2013) 시사회.

별점: 








'님포매니악 Nymphomaniac'을 사전에서 찾으면 '여자 생정증[색광증]'이라고 뜬다. 풀어 말하면 과도한 성욕 때문에 끊임없는 섹스를 해야하는 여자. 뭐 이정도 뜻이다.  과도한 성적인 조숙인데, 남자에겐 흔하나 여자에겐 흔하지 않은 현상이다. 

어두컴컴한 벽돌 구조물의 내외부의 위아래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면서 잔잔히 눈비내리는 소리가 겹친다. 화면이 급전환 되는 순간, 데스메탈풍의 하드코어 사운드가 정적을 깬다. <님포매니악>의 시작은 이렇다. 그 때 길위에 버려진 30대 여성이 60대 이상으로 보이는 노년 남성에게 발견되어 집으로 운반된다. 간호해주기 위해서다. 회복된 여성 '조Joe'는 자신을 구해진 초면의 노년 남성에게 유년시절부터 성욕에 눈을 뜬 그녀의 님포매니악 일대기를 들려준다. 일종의 천일야화의 변주가 <님포매니악 볼륨1>이다. <볼륨1>은 5개의 장chapter으로 구성되어 있다. 3개의 장인 <볼륨2> 역시 곧 시사회를 준비하고 있단다. <볼륨1>에서는 유년기부터 오르가즘을 감지한 소녀들이 의기투합해서 세상이 주지시키는 사랑의 형이상학에 저항하여 '섹스를 떳떳히 밝힐 권리'를 주장하는 형이하학 컬트모임을 결성한다. 매일 매일 섹스 상대를 공개하고, 동일한 남자와는 두번 이상 잠자리를 하지 않는다. 등의 계율이 있는 준종교적 모임이다.  

노출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농염한 영화들이 흔히 질펀한 무질서 속에서 리비도에만 호소 하기 마련인데 반해, <님포매니악 볼륨1>은 무질서한 욕정의 이야기를 질서 잡힌 화면의 구도로 재구성한다. 그래서 이야기의 전개가 수학 공식에 입각한 화면에 담기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 점이 맘에 든다. 여주인공 조가 청소년시절 자발적인 첫경험을 하려고 초면인 남성 제롬에게 찾아가자, 제롬이 조에게 '앞으로 3번 뒤로 5번'의 삽입하고 섹스를 마쳤다고 고백하는데, 그 숫자 3+5가 화면을 가득 채우고 이야기를 듣던 노년 남성은 그건 피보나치 수열이라고 응답하는 식으로 이야기 전개와 수학 공식 형태의 화면이 병행된다. 또 떠나간 제롬을 떠올리려고 지하철 안에 서있는 남성 승객들의 모습에서 제롬의 속성들만 부분부분 따와서 제롬을 머리속으로 구성하는 조의 강박 역시 스크린 위로 직소퍼즐식 연상법으로 그려진다.  

무수한 남성 편력을 화면으로 설명하기 위해 (올리비에로 토스카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다수 인종의 남성기를 다채롭게 촬영한 흑백 사진들이 슈트라우스의 왈츠곡에 맞춰 흘러가도록 편성한 것도 괜찮았고, 여주인공 조가 자신의 님포매니악적 성욕을 설명하면서 슈퍼마켓의 자동문처럼 계속 열렸다 닫혔다하면서 남자를 받았다고 진술하는 장면, 그러면서 '형태학적 지식'을 얻었다고 털어놓는 장면도, 색광증(님포매니악)을 재치있게 해석한 것처럼 보였다. 또 조가 그녀가 7세때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한 후, 그녀가 곧 수술을 받게 될 수술실 내부를 응시하면서 '혼자 통과해야 하는 것'을 감지한 회상 장면은 님포매니악에 대한 은유로 쓰인 거지만, 처치곤란의 성욕을 관리해야 하는 일반인에게도 공감갈 대목이리라. 조가 자신의 님포매니악을 해석하면서 '항상 외로움이 동반자로 따라다녔다'고 회상하는 것 역시.    

한국과 일부 국가들은 영화에서 배우들이 실연하는 펠라티오와 쿤니링구스 화면을 뭉개 버렸는데, 실제 영화에선 블러링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고 한다. 그런데 위키백과에 따르면 'Volume I: 117 minutes  145 minutes (Uncut) / Volume II: 124 minutes' 이렇게 표시되어 있다. 즉 <볼륨1>도 완전 노컷 버전이 약 30분 긴 분량으로 따로 편집되어 있다는 얘기이다. 노컷 버전이라면, 아마 구강 성교의 노출 정도를 넘어서 배우들끼리 실제 성교하는 장면을 담지 않았을까 싶다. 

바람난 남편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조가 앉은 장면에서 세대교체를 실감한다. 바람난 남편의 처가 우마 셔먼이었다니. 



*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시사회는 우연히 대한극장에서 자주 보게 된다. <안티크라이스 Anti Christ>(2009) 시사회를 본 직후 서툴게 적은 관람일지가, 내 심신이 무척 불안했던 2011년 4월에 기록되어 있더라. => 관람일지 
이 영화도 노출 수위가 높아서 논란이 컸던 작품이었다. 라스 폰 트리에 생애의 과업으로 섹스를 심상치 않게 파고드는 걸 보니, 섹스 문제는 아마 감독 자신이 자각하는 지속적인 자기 문제인 것 같다.   

** 연전에 만난 사람 가운데 님포매니악에 해당될 법한 예가 최소 3명이 떠오른다. 셋 모두 영화 속 여주인공 조처럼, 유년시절부터 성의 질감을 스스로 깨달았노라고 털어놨고, 첫경험도 한국 여성 평균치에 비해 이른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성장기의 체험과 환경이 (특히 여자의) 섹스 가치관과 적극성의 수위를 좌우하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성교육의 수준이 항상 문제다. 여자 공동체 중 극소수만이 그 질감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다니, 완전 순엉터리 성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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