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30일(금) 16시30분. 왕십리CGV. <그레이트 뷰티 La Grande Bellezza (The Great Beauty)>(2013) 시사회.
별점: ★★☆
보는 동안 당혹스러웠다. 대중적 취향과 코드를 맞추지 못해서 엇나간 영화들은 있었지만, 해외에서 비평적으로 격찬 받은 영화라는데 나로서는 포인트를 잡을 수 없었기에 그렇다. 로마에 놀러운 일본인 관광객, 광란의 파티에 몰두하는 로마의 사교계 풍경, 전위적인 퍼포먼스와 천재 소녀 화가쯤 되는 아이의 즉흥 페인팅 행위, 65세 생일을 맞은 사교계 중견이 나른하게 자신의 인생을 내려보는 듯한 화면들, 종잡을 수 없는 가톨릭 성녀의 등장, 황홀한 야경 아래 콜로세움이 내려보이는 장소에서 상류사회 특권층이 춤을 추며 노는 사교파티의 연속. 볼거리만 따진다면 멈춤 없이 이어지는 영화다.
해외 언론도 격찬의 평문을 썼는데, 누군가는 이 영화를 '화려한 코스 요리지만 매우 정교하게 슬프다'고 표현했다. 내가 그런 감정에 조금도 이입되지 못하는 이유가 유럽 사교문화를 겪어보지 못해설까?
현란한 상류층 사교 문화를 전제한 화면들이 이어지지만, 그 흔한 젊고 농염한 여성은 화면에서 찾을 수 없다. 중장년 남녀들이 주연과 조연으로 출연한다. 주인공 젭이 사귀는 자신의 친구의 딸이자 스트리퍼로 일하는 여성도 40대초반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래서 친구의 딸이 보이는 육감적인 인체가 이 영화가 노출하는 선정성과 청춘의 최대치인 것 같기도 하다. 어째서 이렇게 '나이 관리'를 한걸까?
자신의 침실 천장 벽에서 움직이는 해변을 바라볼 만큼 경륜이 있는, 주인공 젭은 경험과 연륜이 밴 나른한 대사들을 쏟아내는데, 어떨땐 정교한 대사도 있지데, 많은 경우 내겐 식상하게 들렸다.
* 매일매일 자기 얼굴을 찍은 사진가가 유년 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자화상 사진을 벽 전면에 설치한 작품이 나온다. 느리고 꾸준한 변화의 기록물이 주는 인생무상. 그렇지만 현대시각예술에 대한 상투적인 해석.
** 파티 때 여러사람들 앞에 소녀 화가가 소개되는데, 즉흥적인 액션페인팅을 시연하는 천재로 나온다. 잭슨 폴록의 각인효과는 어마어마한 것 같다. 후대에도 이렇게 인용될 정도이니 말이다. 상투적인 표현에 나는 민감하고 가혹하다. 소녀 화가의 묘사 장면도 마이너스 감이었다.
*** 내 마음은 영화에 ★★☆을 줬지만, 해외 평단에서 워낙 격찬을 받았다니 진심으로 판단 유보하고 싶은 불편한 영화다.
**** 이 영화 <그레이트 뷰티>의 포인트를 잡고 교감한 관객이라면 덧글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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