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16일(월) 14시. 왕십리CGV. <섹스에 미치는 영향 Concussion)>(2013) 시사회.
별점: ★★★★
여성 동성애 코드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영화를 근년 들어 서너편 이상 시사회에서 접한 기억이다. <진저앤로사 Ginger & Rosa>(2012), <가장 따뜻한 색, 블루 Blue Is the Warmest Colour>(2013)에 이어 원제를 해설투로 번역한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 Concussion>(2013)도 여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로 그제 시사회로 봤다. 여성 동성애같은 성소수자의 이야기는 물론이고, 근친상간처럼 반동적인 섹스 판타지를 전면에 세운 <몽상가들 The dreamers> (2003), <은밀한 가족 Miss Violence>(2013), 그리고 <영 앤 뷰티풀 Young & Beautiful>(2013)처럼 청소년의 무심한 매춘 취미를 다룬, 파격적인 방식으로 섹스를 다룬 영화들이 모두 2013년 전후 스크린에 풀렸다. 욕망 억압의 시대가 낳은 참사?
헬스클럽에 비치된 자전거 머신 위에서 열심히 제자리 페달링을 하는 40대 미시들의 열중하는 라이딩 장면으로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가 시작되고, "40대에는 배와 얼굴 중 하나만 택일 해야 한다."는 자조적인 대사를 주고 받는 미시들의 나른한 대화가 들린다. 헬스클럽에서 몸매를 가꾸는 40대 여성의 위기감이, 이성이 아닌 동성을 향한 40대의 불안감 때문인 점에서 일반적인 동성애 코드를 다룬 영화의 전형성을 뛰어 넘는 실감이 느껴진다. <진저앤로사>나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는 주연을 10대 소녀로 세워서 동성애 코드를 유지하고도 이성애 남성 관객의 기호까지 충족시키는데 장치를 둔데 반해,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은 원포인트로 진솔하게 주제로 직진한다. 출연하는 여성의 육체마저 선정적으로 다루지 않으려고 신경 썼더라. 보도자료를 보니 과연 감독이 동성애자이고, 영화 속 에피소드도 자신의 과거 경험에서 따왔단다.
성지향성이 달라서 감정이입이 되지도 않았고 흥분도 맛보지 못했지만, 여성 동성애 코드를 풀어내는 설정- 일반적 교양인 여성이 우연히 매춘의 매개로 자신의 결핍된 교감과 섹스을 충족시킨다는-의 파격성 때문에 나는 후한 점수를 주기로 했다.
뉴욕의 낡은 아파트를 자신만을 위한 '작은방'으로 만들어, 정신과 육체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비상구로 만들었다는 영화 속 설정은 꿈에서나 그릴 법한 설정이다.
* 지난 달까지 매달 꼬박 10편 내외의 시사회를 챙겨보던 나의 관람 동선이 어찌된 일인지, 6월 들어 탁 막혀버렸다. 이번 달에도 하루 3편을 연속해서 관람할 기회가 2차례 있었지만 이후 일정과 시간대가 맞질 않아서 모두 마음을 비우고 불참했다. 이 영화가 무려 6월 들어 관람한 첫 시사회 작품이 되었다.
** <커피 한잔이 섹스에 미치는 영향>의 ost는 올드팝들로 리스트업 되어 있는데, 영화가 끝나 자막이 올라올 무렵 흘러나온 어떤 리듬에서 웬지 Jackson Brown의 'The Load Out-Stay'의 질감이 연상되었다. 집에 와서 그 곡을 오랜만에 챙겨 들으려고 메모를 해뒀다. 물론 이 곡은 이 영화에 삽입되지 않았다. 다만 연상이 되었다는 얘기임. 감상하시길. 대학초년생 때 열중 청취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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