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미각이 실종된 15일여를 보내는 중이다. 감기의 후기 합병증으로 생긴 급성 부비동염 때문에 후각세포가 망가져서라는 게 의사의 진단이고, 이는 내가 추정했던 내용과도 일치한다. 맛을 느끼는 건 혀보다 코의 역할이 훨씬 크단다. 덕분에 9월초부터 연이어 개막한 대형 전시회나 중요한 개인전의 오프닝과 뒷풀이에서 연신 제공되는 맛있는 음식을 전혀 맛을 못느끼면서 입으로 넘기고 있다. 또 미각이 사라진 식사 시간이 무의미해진 이후, 만나자고 전부터 약속했던 지인들에게 연락도 안하게 된다. 거의 일과처럼 마셨던 술도 부비동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단 충고를 듣고 보름 넘게 한두번 마신 게 전부다. 그러니 항상 집 냉장고에 쟁여둔 막걸리가 유통기한을 넘기고 말았다. 버리려다 아까운 마음에 자료를 뒤지니, 막걸리:물=1:1 비율로 섞어 세안을 하면 피부 미백, 주름 개선, 보습 등에 효과가 있다는 글들이 여럿 잡힌다. 일단 마시다 조금 남은 배혜정 도가의 '송산 포도 막걸리'에 물을 타서 오늘 아침 세수를 마쳤다. 후각/미각이 10월엔 돌아올까? 그땐 막걸리 세수 해프닝 안해도 될까? 자신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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