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04일(월)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곽경택 감독 <친구 2>(2013) 시사회.
별점: ★★
모두 배부되어서 시사회 보도자료가 내가 도착했을 땐 한부도 남아있질 않았다. 예고편을 두어번 극장에서 본 적이 있는데,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전작의 <친구>(2001)의 성공 때문에 후편에 대한 관심은 누구나 품고 있었던 모양이다.
곽경택과 유오성의 복귀작 정도로 생각하면서 시사회장을 찾았는데, 두 사람은 <친구>(2001) 1편 이후로도 이미 여러편의 영화를 연출했거나 출연했다는 걸 뒤늦게 확인했다. 강한 인상을 남기질 못했던 셈이다. 2000년 전후로 한국 극장가를 조폭영화들이 무분별하게 휩쓸던 참담한 시절이 있었다. 좀 심했다 그땐. 그 무렵 쏟아진 조폭 영화의 계보에서 어지간한 폭력의 강도나 잔혹한 질감은 무수히 실험된 셈이다. 또 폭력 강도로 치면 해외 수입작도 밀리지 않는다. 그러니 이미 지나온 폭력물로부터 비교우위를 얻는 게 <친구2>의 선결 과제여야 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높은 평점 뿐 아니라 흥행도 보장 받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따져봐도 비교우위를 찾기 어렵다. 한철 지난 조폭 영화를 갱신할 만큼 폭력물 다운 파괴력도 극적 반전도 없다.
성공적인 전작 <친구>의 후속편이기에 거부하기 힘든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친구 2>는 전작이 쌓아놓은 아우라와 부산의 지역성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다. 영화를 보면서 중화 민족주의에 심하게 의존한 장예모의 실망스런 신작 <진링의 13소녀>(엮인글)가 떠오를 정도였다면 말 다한 거 아닌가.
또 영화 속에서 제 아무리 조폭 세대교체를 보여주려 했다지만, 차세대 주먹으로 설정된 20대 성훈(김우빈)이 위아래 없이 나대는 패기와 건방짐도 보기 불편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현실감을 심하게 떨어뜨린다. 전작 <친구>가 조폭영화의 계보에서 부산 색깔론을 강조해서 주목 받았다면, <친구 2>는 필시 부산지역색에 호소하는 부분이 강한데도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더구나 아무리 대중 영화라지면 도무지 부산 사투리의 모양새가 나오지 않는 주진모나 김우빈 같은 배우를 주연급에 세운 것도 패착이 아닐까 싶다.
* 꼭 곽 감독의 의도가 아니었다 해도 <친구 2>의 여러 설정은 <대부 2>를 떠오르게 하는 부분이 많아서 신선도를 대체적으로 떨어뜨린다. 주인공 이준석(유오성)을 중심으로한 부산 조폭의 가계도를 보여준답시고, 이준석의 조폭 부친(이철주-주진모 배역)의 과거 활약상을 불러내는 액자 형식은 <대부 2>에서 현재의 두목인 마이클의 집안 가계도를 회상하면서, 그의 부친 비토 콜레오네의 과거 활약상을 보여주는 장면과 거의 흡사해 보이고, 보복에 성공한 부하들이 이준석과 악수를 나누는데 그 장면을 커튼으로 가리는 장면 역시 <대부2>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 감독과 출연진의 몸값이나 전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감안하면 별점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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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04일(월) 17시. 대한극장. 님로드 앤탈 감독 <메탈리카 스루더 네버 Metallica Through The Never>(2013) 시사회.
별점: ★★★★
'관객 특정적인' 영화다. 어떤 종류의 선별된 관객만이 몰입할 수 있단 얘기다. 80~90년대 헤비메탈신을 주름 잡았던 메탈리카의 현실적 공연과 허구적 드라마를 결합시킨 특이한 편성을 취한 영화다. 특히 무대의 열기를 공연장 밖의 시위대의 열기와 연결시킨 초현실적인 드라마는 그럭저럭 재밋게 볼 만하다. 공연장 바깥에서 경찰과 대치 중인 시위대의 모델을 정할 때 혹시 비교적 근래 미국에서 발생한 Occupy Wallstreet의 시위대를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헤비메탈 라이브 공연을 고해상도 영상으로 극장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하는 만든 점에서 뉴욕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의 공연을 녹화된/혹은 실황된 스크린으로 보는 The Met: Live in HD이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 헤비메탈 라이브를 단지 영상으로 촬영해서 극장 스크린에 옮겨놓는 것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먼저 이 라이브가 철저히 연출된 방식으로 진행된 점에 주의해야 한다. 아마 한곡도 여러번 촬영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연주자의 밀착된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담아내는 카메라 워크는, 라이브 공연 촬영술이 아니라 전적으로 영화 제작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미디어 아트에 버금가는 조명으로 연신 바뀌는 화려한 무대 바닥과 테슬라 코일로 전기장을 직접 만들어내는 스테이지 효과, 무선 기타를 매고 맘껏 뛰어다니는 연주자들의 모습을 통해 과거 헤비메탈의 낙후된 무대와 비교해 격세지감도 느낀다. 1983년 첫 앨범 <Kill'em all>을 낸 메탈리카는 <Master of Puppets>(1986)등 주요 대표작을 대부분 1990년대 이전에 냈는데, 메탈리카 등 스래시 메탈은 당시 헤비메탈의 계통에선 비주류에 속해 극성 마니아들의 전속물로 통했다. 아프리카 난민을 도우려고 모인 영미 팝가수들의 움직임에 고무되어 유사한 음악 구호 활동을 펼치려고 헤비메탈 밴드들이 1985년 Hear 'n Aid란 이름으로 결성되었을 때, 그 안에 스래시 메탈 밴드는 한 팀도 포함되지 않을 정도로 비주류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가 들자 스래시 메탈은 물론이고 헤비메탈 자체가 퇴조하게 된다. 그런데 2010년대. 메탈리카는 헤비메탈의 유행이 지난 것과는 무관하게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스래시 메탈밴드다. 라이브 공연과 지어낸 이야기를 결합해서 그들의 공로에 헌사를 하는 이 영상앨범의 마지막 장면이 비밀이 담긴 가방으로 끝나는 건 부자연스럽지 않다. 맥거핀은 이럴 때 써야...
* 대한극장의 내부에 좌석 수가 작은 상영관이 하나 있더라. 그 안에 가득 채워진 사운드 때문에 가슴까지 쿵쿵 울리면서 스트레스를 해소시킨다. 비록 영화 시사회는 작은 상영관에서 했지만 공식 개봉 때는 3D IMAX관에서 상영한단다. 팬이라면 IMAX 관람을 권한다.
** 무대 위에 세워진 그리스 여신 도리스 상(앨범 <And Justice for all> 커버에 나오는 여신상)이나, Master of Puppets의 친숙한 가창과 연주를 보고 있자니 '한번 수립된 아이콘은 불멸'한다고 느꼈다. 자기에게 친숙한 코드를 지치지 않고 무한 반복하면서도 자기 만족을 얻는 것, 그게 프로다.
*** 신생 멀티플렉스관들에 밀려 낡고 허술한 느낌이 역력한 대한극장에서 관람을 마치고 명동으로 홀로 걸어나오면서, 20년도 훨씬 전에 같은 극장에서 저녁에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하는 야구 영화 <내추럴>을 관람하고 버스 타는 곳까지 홀로 걸어나오던 때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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