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목) 1630. 왕십리CGV . 세바스티안 렐리오 감독 <글로리아 Gloria > (2013) 시사회.
별점: ★★★★☆
사교생활의 채널인 클럽 문화가 발달한 서구 사회 면모를 스케치하는 <글로리아>의 시작 부분은 중년 여성의 고독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이 뒤엉킨 클럽이라는 네트워크 내부에서 조차, 고립된 나이와 위치에 있는 중년의 처지를 짧지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처음 만난 중년 남녀가 어색하지만 명백한 눈 신호를 보내는 장면은 <비포 선라이즈>에서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갇힌 공간에서 주고받는 호감어린 눈매의 중년 버전 같았다.
<글로리아>에서 스토리텔링의 밀도와 분리시킬 수 없는 중요한 요소는 핸드헬드 카메라 촬영방식 같았다. 움직임 없이 고정된 샷을 촬영할 때도 핸드헬드로 화면을 잡는다. 이혼한 중년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길래 핸드헬드로 이들의 불안정성을 표현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후 전개되는 모든 화면이 핸드헬드로 담겨진다는 걸 깨달았다. 핸드헬드 카메라의 미세하게 흔들리는 시선은 출연 배우들과 한 공간에서 호흡하는 느낌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시각이다.
영화를 통해 문화 격차를 체감한다는 고백은 영화 쪽평을 쓰면서 여러 차례 남겼지만, <글로리아>도 비슷한 체험을 남긴다. 영화의 주제와는 별개로 글로리아의 딸의 남자친구가 "세계 이곳저곳을 돌면서 높은 산 정상까지 등산해서 스키를 타고 아래로 내려오는 일을 하며 보낸다."고 자기 소개를 하는 대사에서 진한 문화적 격차를 다시금 느꼈다. <글로리아>에서 체험하는 또 다른 질감의 문화는 사교 문화다. 술과 추억을 환기시키는 사진과 사람. 이 셋이 모인다면 정감어린 회합이 이뤄진다는 걸 새삼 환기하게 되었다.
얼마전 관람한 <머드>처럼 <글로리아> 역시 주연 캐릭터의 이름을 그대로 영화제목으로 쓴 경우다. 영화가 캐릭터의 이름을 쓴 경우 해당 인물에게 집중하게 되는데, <글로리아>의 주연 폴리나 가르시아의 연기력은 빼어나다. 인간 관계에서 '의존'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게 설마 이 영화의 주 메시지일 순 없겠으나, 노래에 맞춰 글로리아가 홀로 춤을 추는 롱테이크는 이 영화의 주제에 유쾌한 방점을 찍는 피날레 같았다.
* 영화에서 80년대 팝송 '글로리아'를 들으며 "음 이거 아바ABBA 노래였지."라고 나는 단정하고 말았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로라 브래니건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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