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일(금) 14시. 왕십리CGV. <모스트 원티드맨 A most wanted man>(2014) 시사회.
별점: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사후 처음으로 공개된 그의 마지막 영화인 점도 호기심을 샀고, 호프만 말고도 연기력이 출중한 다른 출연진의 연기도 기대 되어 보러갔다.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 무엇보다 총성 한번 울리지 않는 첩보물 선보이고도 완성도가 높은 점이 맘에 든다. 등장인물들끼리 얽힌 복잡한 인연과, 이들의 동선과 이들 끼리의 만남이 대부분 정교한 인과관계에 기초한 점도 맘에 든다. 요컨대 일단 저질러 놓고 나중에 우연적 원인을 설명하는, 그저그런 싸구려는 아니란 얘기다.
또 이슬람 테러조직을 원천 봉쇄하려는 미국 CIA와 비공식적 비밀요원 사이의 방법론의 차이와 그들 사이의 이해관계를 섬세하게 그려낸 점도 재밌다. 무엇보다 선명한 선악 구도로 이야기를 끌고 가서 보편적인 관객의 값싼 환심을 사는 대중 영화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따르지 않는 점도 현실 사회의 실제 모습을 더 가깝게 그려낸 것 같다. 선명한 선악구도가 없을 뿐 아니라, 비공식 비밀요원의 활동을 그려내는 점이나 수십년 전에 비밀계좌에 숨겨진 검은 돈이 이야기의 발단인 점 등, 이 영화는 중반으로 넘어가도 이야기의 '감을 대략 잡을 순 있어도', 이야기의 전체 맥락이 아주 선명하게 각인되진 않는다. 그 점이 난점이긴 하다.
총성 없는 첩보물을 지향한 만큼, 비밀요원들이 자신의 정보원이 될 상대를 심리적으로 설득하는 세심한 화술도 볼 만했다.
* 비에 젖은 유럽 도시의 거리가 보일 때면 정감이 일었다. 네모진 돌들을 촘촘하게 길바닥에 포장한 유럽 도시의 거리가 비에 젖은 모습이 몇차례 나오는데, 그 때마다 유럽 여행 때가 환기 되었다. 흔히 관객의 낭만에 호소하기 마련인 유럽에서 촬영된 영화들보다 <모스트 원티드 맨>에서 나의 지난 유럽 여행에 대해 훨씬 자주 환기했다. 심지어 영화 속에 나오는 베를린을 나는 가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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