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5일(월)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타짜 - 신의 손>(2014) 시사회.
별점: ★★☆
<타짜 - 신의 손>은 나에겐 크게 봤을 때 두가지 관람의 진입장벽이 있었다. 원작 만화를 보질 않았다는 점. 이거야 그럴 수 있다 쳐도. 영화의 기승전결을 이끄는 게임의 룰을 내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모른다는 점. 화투의 룰에 관해선 백지여서 극중에서 탄성이 쏟아지는 반전이나 역전 상황에 감정이입을 할 수가 없었다. 배우들의 탄성과 고함을 듣고 '판이 뒤집어졌구나' 하고 짐작하면서 볼 뿐. 이건 화투의 룰을 알고 반전을 느끼는 것과 천양지차일 수밖에 없으리라.
원작 만화를 보질 않은 점이나, 화투의 룰을 모른다는 두 가지 핸디캡 말고도 영화로 다듬어진 <타짜 -신의 손>은 만화적 상상력을 영상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인상을 받았다. 원작 캐릭터들이 보유한 만화적 인상을 실제 인물(배우)로 흡수할 때 생기는 괴리감도 그랬고, 꽤 긴 스토리였을 만화를 2시간27분 안에 촘촘히 박아 넣으면서 생기는 '스토리의 잦은 도약'도 어색한 현상일 것이다.
(또 아마도) 만화에선 캐릭터들이 한국인의 인상으로 그려진 것 같은데, 서구적으로 다듬어진 배우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모습이나 헐리우드 세트를 연상시키는 무대 예술도 현실감을 떨어뜨린다.
속임수를 차단하려고 옷을 벗고 게임에 임하는 후반 장면은 원작 만화에선 어떤 느낌인지 모르지만, 신세경 이하늬 최승현(탑)의 육체미를 내세운 영화에선 관객을 낚는 가장 중요한 카드였던 것 같다. <타짜 - 신의 손>가 묘사한 한판 승부로 일확천금을 얻는 노름판의 세계는, 영화 주연으로 열연하는 '빅뱅'의 탑(최승현)을 통해, 한판 승부로 지위가 격상되는 아이돌의 운명과 중첩되어 읽히기도 했다.
만화의 긴 스토리를 영화의 러닝타임 안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생긴 착오인 것 같은데, 어째서 대길이 신의 손이라는 얘긴지 영화가 끝나갈 순간까지도 납득 되질 않는다.
* 어지간 하면 크레딧이 모두 올라올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편인데, <타짜 - 신의 손>은 끝나자마자 밖으로 튀어나갔다. 암사동에 있는 혁신학교인 선사 고등학교에서 강연을 해주기로 한 시간이 17시였는데, 넉넉한 마음으로 시사회 입장권을 받아드니 영화가 무려 2시간 27분이나 됐기 때문. 민첩한 택시 기사 덕분에 건대에서 선사고등학교까지 약 13분 가량 걸린 거 같다. 정시에 강연을 할 수 있었다. 귀가해서 기사를 찾아보니 내가 극장 밖으로 나간 직후 <타짜> 출연 배우들 상당수가 무대 인사를 하러 스크린 앞으로 나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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