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9일 화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퍼포먼스 아트 1탄 (씨네21)

* <씨네21>(983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111회.






퍼포먼스 아트의 정중동



상. 빌리 도르너가 연출한 도심 속 집단 퍼포먼스
중. 티노 세갈어떤 연계들테이트 모던 터빈홀 공연 2012
하. 리 웨이땅에 꽂힌 리웨이, 2002



퍼포먼스 아트는 연기자의 대사가 아닌 인체의 표현에 집중하는 점에서 무언극에 가깝다.
퍼포먼스 아트는 인체로 구현할 수 있는 기대치를 뛰어넘을 때 신선한 감동을 준다그런 이유로 극대화된 몸짓에 호소하거나,감정과잉에 치우치거나엄숙한 제의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등다양한 충격효과를 고안하기 바쁘다.

빌리 도르너(Willi Dorner)가 이끄는 도시 공간 속 인체들(Bodies in Urban Spaces)’은 무대를 도시 공간으로 확장시킨 퍼포먼스인데형형색색 체육복을 맞춰 입은 연기자들이 절묘한 인체의 균형으로 도시 공간 속에 끼어든다후드로 뒤집어 쓴 머리와 유니폼으로 통일된 몸통격자처럼 꺾인 상체와 하체그리고 층층 쌓아올린 연기자들의 육체로 인해이들의 인체는 흡사 건축의 단위처럼 사용된다빌리 도르너가 연출하는 퍼포먼스는 절제된 감정의 인체를 정지된 단위로써 도시 구성의 일부분으로 불시에 개입시키는 것이다그 점에서 인체를 과하게 표현하던 종래 퍼포먼스의 전통과 다른 지점에 서있다.

티노 세갈이 지휘한 집단 퍼포먼스도 일상적 흐름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다그렇지만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공간이 주로 전시장이고연기자들도 평상복을 차려입어서 일반인과의 구분이 불분명하며전시장 내부의 정상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동선을 만드는 점에서 빌리 도르너가 연출하는 정지된 집단 퍼포먼스와 다르다세갈이 기획한 집단 퍼포먼스는 전시장 로비에서 뜬금없이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남녀 연기자를 배치시켜 관객을 당황하게 만들거나전시장 홀에서 연기자들이 집단으로 뒷걸음질을 하거나혹은 몇 그룹씩 나뉘어 몰려다님으로써 일상에 균열을 낸다새로운 체험을 위해 무계획적으로 도시를 거닐라고 주문한 상황주의 운동의 표류(derive) 전략이 연상된다이들이 호소하는 지점은 인체의 표현이기 보다 낯설어진 일상이다.

한편 퍼포먼스 아트의 일회적 효과를 아쉬워한 나머지 퍼포먼스의 표현주의를 사진으로 영구히 보전하려는 예도 있다중국 현대미술가 리 웨이가 연출한 퍼포먼스는 중력에 저항하는 인체를 구현하려고크레인과 철사를 동원해서 인체를 인위적으로 허공에 띠운 후포토샵으로 허공에 인체를 붙든 흔적을 지워 마치 중력에 자유로운 인물상을 보여준다디지털매체로 실현된 리 웨이의 비현실적인 퍼포먼스는 중국식 무모함마저 느껴지기에 매력이 되는 것이다하지만 비슷한 설정을 자주 반복하는 그의 작업은 충격효과를 경감시켰고슬랩스틱 코미디를 닮은 감정표현도 유치해 보인다리 웨이가 박제된 감정과잉에 호소하는 것이 초기 퍼포먼스 미학으로 퇴행하는 인상을 주는 이유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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