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던 집으로 되돌아오니, 2004년 무렵까지 내가 몰두했던 기호들이 소지품으로 확인되는 인상을 받았다.
손놓고 쌓아둔 소지품들은 내가 대략 1990년대를 어떻게 보냈는지 한눈에 확인 시켜준다. 그때 나는 음악 전문지랑 시사 주간지를 꾸준히 사다 읽었고, 돈만 생기면 거의 음반 구입에 올인하고 있었다. 집에 있을때 한시라도 음반을 틀어놓지 않은 때가 없었는데, 관악-동작 일대를 10여년 가량 떠돌면서 사 모은 음반들과 물리적으로 멀어지자, 마음도 멀어지더라. 그럼에도 조금의 아쉬움도 느끼질 않으며 지냈다. 그러다가 집으로 되돌아와서 10년 이상 잠들어 있던 음반을 다시 태연히 듣고 있다.
현재 CD 꽂이가 마련되지 않아서 CD는 가방에 쌓아놓고, 꽂이가 마련된 LP만 꾸준히 듣고 있다.
90년대 무렵 독일계 헤비메탈 밴드 스콜피온스를 많이 좋아했는데, 이들의 초기작이랄 수 있는 1978년 일본 라이브음반 <Tokyo Tapes>를 턴테이블로 올려서 듣고 있다. 이 당시 스콜피온스는 하드록의 기조는 유지하되, 기타리스트 울리히 로스 때문인지 사이키델릭한 기타 선율이 강했다. 2장의 LP가 들어있는 음반 재킷을 펼치면 판탈롱 바지에 굽높은 구두를 신고 머리털을 바르고 길게 빗어내린 당시 히피풍 패션의 스콜피온스 멤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재밌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