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30(화) 16시30분. 왕십리CGV <아메리칸 셰프 Chef>(2014) 시사회.
별점: ★★★★☆
<아메리칸 셰프>는 내게 2014년 마지막 시사회 영화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날인 31일에도 안젤리나 졸리가 연출한 <언브로큰>시사회가 잡혀 있지만 보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음식과 요리라는 만인의 관심사를 주제로 둔 전형적인 대중 영화이지만, 이 올해 마지막 시사회 영화 <아메리칸 셰프>는 보는 내내 만족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밀도가 떨어지지도 않았고 심심할 틈 없었다.
요리라는 만인의 관심사, 셰프의 요리 철학과 고용주의 요구 사이의 갈등, 요리를 과소평가한 음식 비평가(파워블로거)의 비판에 직면한 셰프, 동시대 의사소통의 주류로 떠오른 SNS에 더디게 그렇지만 현명하게 대처하는 어느 아날로그 세계(요리)의 장인 등을 다룬다.
음식을 씹으면서 하는 대사도 자연스럽게 들리며, 영화 전반부에서는 특히 대사보다 음식의 조리 과정만 집중적으로 보여 주지만 관람의 집중도는 굉장히 높다. 그 점이 놀랍다.
셰프의 돌출 행동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SNS의 위력이나, 위기를 딛고 재기하는 요리사가 또 다시 SNS를 통해 마케팅의 기회를 얻게 된다는 플롯도 동시대적인 공감을 얻기 쉽다. 영화에서 트위터가 반짝이는 화면은 요리로 치면 양념에 해당한다. 이 영화는 속도감 있는 화면 전환 때문에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아메리칸 셰프>의 매력은 요리사라는 장인의 흥망성쇠를 뉴미디어 플랫폼의 개입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에 있다. 요컨대 AOL이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그를 아예 구입할 만큼 파워블로거의 새로운 오피니언 리더가 된 사회상을 요리 블로거를 통해 보여준 구성도 재미있다.
주인공이 요리에 몰입하는 동안 근심을 잊는 장면은 <아메리칸 셰프>가 지닌 가장 큰 대중적 소구력일 것이다.
* 스칼렛 요한슨이나 더스틴 호프만 같은 거물급 배우를 단역에 가까운 배역으로 한정시키고도 이야기의 밀도를 유지 시킨 점도 재밌다.
* 아들이 제작한 1초 편집 영상을 마지막에 셰프가 확인하는 장면에선 <시네마 천국>에서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남긴 편집 영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 누군가를 배려하는 방법으로, 볼거리를 함께 보러가는 방식의 배려보다, 대화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배려의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물론 그와 좋아하는 무엇을 함께 한다면 더 좋을 테고.
* 제작자에게 상처를 남기는 비평에 대해서도 자성할 시간을 주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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