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개인사의 10대 추억 + 영화 베스트 10 + 기억 남는 전시 10
10대 추억
기고문 대부분을 공개하는 전례에 비추어, 연재 사실을 비공개에 부치고 기고한 보기 드문 연재물이 끝났다. <월간미술>에 2012년 3월부터 2년간 연재된 '9809레슨'이 올해 3월호로 연재가 종료됨. 2백자 원고지 80~100매(A4용지 8~10매) 분량의 장문으로 이 연재물을 토대로 총 8회 외부 강연을 시도한 것도 올해 1월이다. 내 원래 방침은 미대생과 미술인을 위한 교과서와 연속 강연을 만드는 것이었고, 강연의 경우 비수도권에서 하길 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함.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여전한 문화적 비대칭.
2. XX
XXX XX XXXX XX XXX
전무후무한 거주 체험. 두 말이 필요 없는.
인연과 관계의 보람에 비중을 두지 않고 살아온 셈인데, 전에 맛보지 못한 인연의 보람을 느낀 계기였다. 또 누군가를 가르치는 소질도 재확인한 시간. 기대에 없던 소수의 작가를 발견한 것도 큰 의미. 매스미디어 환경의 정중앙을 짧게 체험한 것 역시.
4월1일 자정에 글을 올렸는데, 덧글이 쉴 틈없이 달렸고, 다음날 아침에는 언론사에서 확인 전화가 걸려왔고, 집에서도 확인 문자를 보내왔다. 예상 못한 결과에 놀랐다. 한달 뒤 남성잡지 GQ가 내 장난글을 오인해서 오보를 내기도 했다.
예상 못한 결과 만큼이나 예상 못한 교훈을 얻게 된 소동이다. 어떤 노하우에 눈을 뜬 계기.
6. 간헐적 단식 1년
성과는 굵게 셋. 하루 세 끼니라는 관성의 실종. 원초적 욕구의 포기 가능성. 적응도의 가변성.
7. XXX
XXX XX XXXX XX XXX
살짝 삐끗한 줄 알았던 허리가 부동자세 신세로 몰아갔다. 홀로 일어서기도 걷기도 그 외의 운신도 어려운 3일 여를 보냈다.
무력감 자포자기 절망감을 맛보는 데에 고작 3일이면 충분했다.
후각과 미각을 상실한 생애 첫 경험이라 스트레스와 실의가 실로 컸다. 불행한 건 현재진행형이라는 거.
불완전해진 미각은 사는 재미와 의미를 반감시켰다.
부비동에 염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술은 금물이지만, 더딘 회복 때문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음주 계속 중. 부비동염에 걸려서 깨달은 사실은 내가 기다림과 인내에 인색한 사람이라는 것. 증상이 호전 될지 알 길이 없어서, 불안 초조 체념 무념무상이 뒤섞인 상태.
10여년 만에 복귀. 살던 집으로 돌아와 미사용 상태로 10년 간 방치된 소지품들을 재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돈된 소지품들은 내 성장기를 증언하는 기록물처럼 보였다. 쌓아둔 LP판과 오래된 잡지들은 내 애착 연대기를 일목요연하게 드러냈다.
익숙한 과거로 복귀 했음에도 적응 중이다. 10년 간 한창 때의 활동을 관악-동작 지역에서 보냈기 때문인 듯.
영화 베스트 10
작년부터 전시 만큼 열심히 챙겨본 시사회이니 만큼, 영화 베스트 10도 뽑았다. 순위에 오른 영화들은 모두 시사회로 봤다.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관람 시기에 따른 나열.
1217 내일을 위한 시간 ★★★★★
1110 액트 오브 킬링 ★★★★☆
0618 님포매니악 볼륨1 ★★★★☆
0514 그녀 ★★★★☆
0402 은밀한 가족 ★★★★☆
0324 필로미나의 기적 ★★★★★
0304 우리가 들려줄 이야기 ★★★★★
0227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
0206 로보캅 ★★★★
0113 뮤지엄 아워스 ★★★★☆
cf. 베스트 10의 후보를 고르는 과정에서 아깝게 순위에서 밀린 3편.
1230 아메리칸 셰프 ★★★★☆
0206 행복한 사전 ★★★★
0116 인사이드 르윈 ★★★★
선정된 영화 10편에 대한 촌평은 게시물로 올린 상태라서 생략하고 총평만 적는다. 내 영화 취향의 지형도가 10/13편에 고스란히 담겼다. =>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구성 / 최소로 최대의 효과를 보는 미니멀리즘 / 내러티브의 정직성 / 과감하고 획기적인 기획 / 리얼리티의 충실도 / 형식 실험 / 충격적인 반전' 등에서 돋보인 영화가 뽑혔다.
잦은 시사회 기회 때문에 차츰 평점에도 인색해지는 추섿. 그래서 ★ 5개 최고 영화는 존재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점수를 매기려 한다. 너무 인색한 ★점을 주진 말자고 다짐함.
★점 평가는 선정적이고 공정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나 좋은 점이 더 많다. 그럼에도 후일 별점 매긴 영화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다시 보니,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별점에 편차가 분명 있었음을 알게 되더라.
기억 남는 전시 10
베스트 전시이기 보다, 곱씹어 볼 점이 있다고 기억된 전시를 뽑았다. 순서는 순위가 아니라 관람 시기에 따른 나열.
1128 응답하라 작가들(오뉴월)
1106 유근택(OCI)
1028 민병헌(미메시스)
1017 단색화(국제)
1016 김준명(오뉴월)
1012 최정화(문화역서울)
0921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일민)
0913 봄로야(얼터에고)
0614 은밀하게 위대하게(서울시립)
0412 로라 랭캐스터(Wooson)
총평만. 리스트에 올린 10편의 전시 중에는 좋은 전시도 있고, 문제적 전시도 있고, 곱씹어 생각 할 기회를 준 전시도 있다. 리스트에는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소마미술관과 아르코에서 열린 과거회상형 기획전이나 일민의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 같은 전시를 떠올리면서 복고풍 기획물에 조건반사적으로 끌리기 쉽다는 걸 알았다. 한편 여전히 내 레이더에 잡히지 않은 새로운 작가군도 많다는 걸 알았다. 따라잡기 어려운 새롭고 다변화된 경향이 진도를 나가고 있다. 내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 의미 같기도 했다. 올해는 국내 비엔날레형 지방자치 문화 행사가 무려 4편 이상 열렸지만 한편도 뽑지 않았다. 비엔날레를 인습적인 초대형 전시로 인식해서 인가봄. 제도권 미술계를 향한 비판적인 기획물에는 완성도야 어떻건, 후한 점수를 주는 관성이 내게 있다.
12월19일. 광주 신세계에서 특강을 해주고 상경해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탔는데 눈이 내려서 찍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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