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이시내 촌평 - 작가노트 참조 전후 (장욱진미술관)

* 10월14일 장욱진 미술관의 입주작가 비평워크샵(엮인글)에서 발표한 입주 예정 작가 이시내에 관한 촌평. 



이시내 촌평 작가노트 참조 전후


반이정 미술평론가

이 촌평은 이시내의 작가노트를 참조하기 전후의 관전평으로 짧게 나뉘어 있다.
작가론이 작가의 정확한 의도를 정교하게 옮겨놓아야만 하는 작업은 아니라고 믿는다그보다 작가노트를 참조하지 않았을 때 작업이 주는 첫인상을 정리하고첫인상의 효과가 의미 있었는지 확인하고보완점을 서로 찾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일 것 같다.

작가노트 참조 전
이시내의 작가노트를 보기 전에나는 인습적인 비평으로는 쉽게 포착하기 힘든 동시대 작업 경향일 거라고 믿었다선명한 스토리텔링을 던져주기 보다우연적인 시각효과가 만드는 재미에 비중을 둔 작업일 것이라고 추정했다예를 들면 <Fragment V>(acetate, 1260x891mm, 2013)는 무정형으로 도려낸 주황색 아세테이트를 갤러리 창문에 부착했을 때 나타나는 우연적 시각효과를 고려했다는 식으로 풀이한 거다즉 투명한 창문은 실내에서 바깥으로 바라보건 바깥에서 실내를 바라보건 일시에 아세테이트가 부착된 부위만 주황색으로 채색되어 보이게 되는우연한 시각효과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임의로 사물을 나열해서 무의미한 시각적 해프닝을 만드는 작업일 거라 추측했다. <Fragment >(mixed media, 300x700mm, 2014)의 경우는 원추형 시멘트에 철근을 돼지꼬리형으로 말아놓은 작품이다보는 이가 선명한 메시지를 느끼지 못하더라도 미묘한 시각적 재미를 발견하도록무심히 던져진 오브제처럼 느껴졌다때문에 작가와 관람자가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작가가 의도적으로 좁힌 작업이라고 이해했다궁극적으로 이시내의 작업 공정은 연작 제목으로 사용되는‘Fragment’에서 보듯 전체에서 뽑아낸 파편으로 완성작을 만드는 것이다이시내의 작업이 대체로 무정형을 띠는 이유도 전체 가운데 부분을 뽑아서 작품을 완성하기 때문에 자연스런 귀결일 거다.
위와 같은 추론으로 인해나는 이시내가 시적인 조형성이나 개념적인 신비주의에 관심을 지녔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전작(全作)을 잇는 가시적인 연결고리가 있는 듯하지만너무 모호하다고 느껴졌기에 그 부분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느꼈다.


작가노트 참조 후
내 추측이 틀렸다는 건 이시내의 작가노트를 참조하면서 명확해졌다이시내 작업의 발단은 현대적 도시 생활에 대한 관찰과 관심이었다자연 생태계처럼 인공적인 도시 역시 순환할 수 있으리라는 상상으로부터 모든 작업이 출발했다때문에 환경 생태계와 도시생활의 미래상까지 이야기하는 제법 무겁고 구체적인 주제를 다룬 작업이었다이렇듯 제작자의 의도와 비평가의 관측은 어긋나기도 한다.

내 예측이 틀린 지점으로부터 작가가 보완해야 할 점을 추론해봤다.
먼저 작가노트를 간략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동어 반복적 해설만 줄여도 작가노트의 지문은 많이 줄 것 같다작가노트와 설치 작품 사이에 부조화가 느껴지는 건간결하고 추상적인 작품에 비하면제작 의도는 뜻밖에도 장황하고 구체적인 사연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컨대 폐허가 된 인공 공간들이 긍정적인 에너지와 발전에 대한 잠재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적인 공간이 될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서 작업이 시작되어, “자연물들처럼 순환되어지는 하나의 유동체이고 언젠가는 자연의 하나로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여 인공 건축물도 자연 속에서 하나의 유기체적 존재라는 점멈춰있고 버려진 존재가 아니라는 점다양성과 상호작용을 통한 생명력이 있는 존재임을 표현했다는 것이 작가가 밝힌 작업론이다.

이렇듯 선명한 작가 의도와 간결한 작품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인공적 도시 환경에서 생태계의 가능성을 상상하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공사장 잔해나 수명이 끝난 산업폐기물들을 활용해서 작업을 완성해보는 건 어떨까설령 공사장 잔해나 산업폐기물을 재료로 사용하지 않는다 손쳐도작업 전체를 잇는 시각적 공통점을 고안해야 할 것 같다그 시각적 공통점은 작가의 의도(도시 환경을 생태계로 표현)를 짐작할 수 있는 그런 시각적 단서여야 할 것이다.

 
Fragment XII, 2014



Fragment Ⅶ, 2014



Giving a Birth to Monsteroil on canvas_91×116.8㎝_2011


신미술관 전경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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