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1217 내일을 위한 시간 ★★★★★

12월17(수) 16시30분. 왕십리CGV  <내일을 위한 시간 deux jours, une nuit>(2014) 시사회.

별점: 






간결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딱 나의 페이보릿. 직장 동료 1인의 해고와 1천 유로의 보너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인간 심리가 이야기의 큰 축이다. 우울증 치료를 받는 주인공 산드라가 투표에 따라 직장 동료들이 보너스를 택하는 바람에 자신의 퇴사가 결정되자, 그녀를 지지한 동료와 사장을 만나서 재투표를 하자고 설득한다. 그리고 이틀 후에 재투표를 하기로 승낙을 얻는다. 남은 이틀 동안 동료들을 차례차례 만나서 그들을 설득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그래서 원제가 그녀가 동료들을 설득하는 '이틀의 낮과 하루 밤'. 

"줄리엣이랑 사장을 만났는데 월요일에 재투표를 해도 된다고 허락했어. 팀장이 투표에 관여했기 때문에 재투표를 하기로 한거야. 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1천 유로의 보너스를 포기하긴 힘든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도 직장에 남아서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다는 거야."

앵글은 산드라가 동료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는 거의 1:1 구도를 유지하며, 대사도 그녀가 만나는 모든 동료에게 거의 같은 대사를 반복하지만 지루하지 않다. 단순반복되는 거의 동일한 대사와 장면들을 통해 오히려 관람의 긴장감이 유지될 뿐 아니라, 그녀가 자포자기에 빠지는 순간마다 긴장감이 상승한다. 

동료 1명의 생업을 보장해주는 것과, 1천 유로의 보너스를 자신에게 보장받는 것 사이의 선택은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때문에 설득된 동료가 보너스를 선택할 수도 있는 노릇.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산드라나 16명의 동료들을 이런 부조리한 선택에 내몬 책임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누군가를 생업에서 내쫓는 이런 불행이 사장의 잘못도, 팀장의 잘못도, 작업능률이 떨어졌을 산드라의 잘못도,그녀보다 자신의 생계를 생각해서 1천유로의 보너스를 택한 다른 동료들의 잘못이라고도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것. 

소규모 직장에서 발생한 생계를 위한 선택의 문제는, 마치 선거에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대중 유권자의 부조리한 선택 때문에 절망에 빠지곤 하는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영화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떨리는 음성과 표정 연기로 자포자기 상태의 자신을 드러내는 산드라 역의 마리옹 꼬띠아르의 연기력. 그 외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불안정한 산드라에게 감정이입 되도록 유도하는 핸드헬드 카메라의 시선인 것 같다. 인물과 매우 밀착된 카메라의 시선 때문에 관객은 그녀를 멀리서 관찰한다고 느끼지 않고, 그녀와 함께 있거나 혹은 그녀 자신인 것처럼 감정이입이 된다.  

산드라의 잔류와 1천 유로의 보너스 중 하나를 택하는 투표가 비밀투표로 진행된 것처럼, 인간관계는 비밀투표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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