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8(목) 14시. 롯데시네마 건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 시사회.
별점: ★★
실존인물 배재철이 경험한 병마와 재기는 경외감으로 대할 문제일 터이나, 완성도만 따지자면 영화 자체는 볼 품이 없다.
예술가의 일생을 다룬 영화 앞에선 항상 걱정부터 앞선다. 예술가의 재능을 드라마적으로 부각시키느라, 천재예술가에 대한 대중적인 오해를 언제나 과도하게 이용하기 때문이다. <더 테너>는 그렇진 않다. 왜냐하면 주인공 배재철의 재능보다, 병마(갑상선암)을 극복하는 과정에 집중한 스토리여서다.
그렇지만 병마를 극복하고 재기한 실존인물을 향한 심정적 가산점을 안일하게 계산한 건지, <더 테너>가 연출하는 감동과 연민의 밀도는 실로 낮다. 배재철의 삶은 배재철의 삶으로 평가 받으면 된다. 영화는 영화적 완성도로 승부를 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더 테너>가 범한 가장 큰 패착은, 슬픔을 슬픔으로, 절망을 절망으로 재현하려는 낮은 수를 쓴 점이다. 달리 말하면 궁지에 몰린 인물의 절망감을 연기자들의 감정 과잉으로 입증하려 든다. 관람의 긴장감이 속속 풀린다.
해외에 거주한 배재철의 실제 삶과 그를 도운 에이전시의 친구가 일본인인 점 때문인 건 알겠는데, 거의 모든 대사를 영어로 말하는 한국과 일본 배우의 어색한 발음과 표정 연기도 관객의 감정이입을 방해한다. 남의 나라말(영어)를 어색하게 발성하느라 그 부족분을 메우려는지 배우들은 항상 과장된 표정연기를 한다.
시나리오가 기초한 배재철의 실화에서도 실제로 그랬는진 모르나, 배재철의 불행을 끊임없이 조롱하는 여성 소프라노 역 멜리나의 악역도 작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 왜 이런 낮은 수를 계속 둘까...?
이 같은 휴먼드라마가 흔히 범하는 패착을 다시 정리하면, 감정의 문제를 감정으로 단도직입적으로 재현하는 것, 불행을 불행 자체로 입증하려는 것이 낮은 수라는 거다.
* 영화가 끝나고 영화의 실제 인물인 배재철이 무대에 올라, 예상대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독창했고, 배재철을 배역한 유지태가 무대에서 그와 함께 섰다. 이후 간담회가 이어졌는데 나는 극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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