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25일 목요일

생수병을 보다가



침실 탁자 위에 오도카니 세워둔 생수병 2개를 바라보다 든 연상. 
심사나 강연 등의 용무로 이런저런 행사에 불려가면, 주최 측에서 생수병을 탁자 위에 비치하곤 하는데, 나는 생수병을 따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들고 오는 편이다. 심지어 여분 생수병이 있으면 그것까지 챙겨서 집으로 가져온다. 숙취로 목이 타서 잠에서 깰 때 마실 목적으로. 거의 매일 상습적으로 마시는 술 습관으로 볼 때, '이러다가 내가 알코홀릭 되는 거 아냐'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하고, 다른 한편 '알코홀릭 되면 또 어때'하는 될대로 되라식 체념에 안주하기도 한다. 

2개의 생수병이 연상시킨 것.  
하나는 서울시가 운영하는 난지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심사 때 받은 '아리수'이고, 다른 하나는 경기도미술관이 진행한 어떤 심사 때 제공된 '상록수'다. 서울시와 안산시의 예하에 있는 미술기관 2곳이 자체 개발한 수돗물 생수를 내놓은 거다. 서울의 '아리수'는 들어봤는데, 안산의 '상록수'는 이날 처음 봤다. 아무튼 용건은 뭐냐면, 두 시에서 나름 자랑하는 수돗물 생수인건 알겠는데, 병모양과 로고 디자인이 보여주는 둘 사이의 격차다. 서울과 안산 사이가 고작 1시간 거리 일 뿐인데, 안산의 '상록수'의 병모양과 물방울을 의인화시킨 로고 등은 '아리수'랑 너무 비교가 된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일개 생수병에서까지 확인 된다는 생각.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