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5일 토요일

0704 드래프트데이 ★★★★

7월4일(금) 14시. 왕십리CGV <드래프트데이 Draft day>(2014) 시사회.

별점: 




열광적인 미식축구 문화나, 신인선수를 선발하는 별도의 행사( 그것을 '드래프트 데이'라고 부른다)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관객에게 보면 영화의 시작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어떤 이야기인지 영화 초반에는 감을 못 잡았다. 뭔가의 거래를 둘러싼 신경전이라는 정도는 알겠으되 그것이 무엇이며, 어떤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는지 한국에선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전개를 따라가면서 정확한 정황을 알지 못하더라고 인물간 긴장과 결정을 앞둔 고민에 깊게 공감할 수 있게 된다.  

미식 축구와 신인선수 선발행사가 국내에 부재하는 점도 이해를 어렵게 하지만, 유능한 선수를 선발하려고 팀의 스탭들이 모여 앉아서 신인선수들의 과거 경기 모습을 점검하는 장면에서, 미식축구의 게임 규칙에 따라 의견을 나누는 장면도 이해하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였다. 미식축구 게임의 룰이 한국관객에겐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극적인 긴장감을 어색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흔히 예술가나 운동선수를 다루는 영화의 패착은, 예술과 운동이 지니는 고유의 기량을 재현하는데 아마추어 배우들이 한계를 보이기 데 있었다. 이런 약점은 이후 디지털 영상편집술로 대부분 보완되는 추세 같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매력은 운동선수의 기량에 방점을 두지 않고 영화를 전개시키는데, 스포츠 영화로서 즐거움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단점도 있다. 쉽게 흥분하는 캐릭터들이 배치 되어, 극단적인 두 캐릭터의 충돌이 곧 예정된 듯 하다가, 반전의 카드가 나와서 손쉽게 갈등이 봉합되는 일이 잦다. 선수의 자질을 점검하고 판단하는 단장과 감독 사이의 갈등이나, 단장과 그의 연인 사이의 애정 싸움이나, 단장과 구단주(?) 사이의 갈등 따위가 그렇다. 대중영화의 필요악. 

한국은 한때 복싱이 소외된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소외된 계층에게 해방구는 축구였듯이, <드래프트 데이>에서 묘사되는 미식축구는 희망이 사라진 지역에서 유일한 희망과 즐거움으로 간주되는 모양이더라. 이처럼 공동체가 탄탄하게 떠받드는 스포츠 문화 역사가 있다는 건, 미식축구가 고갈될 틈이 없는 이야기의 수원이라는 의미이다.  

 <드래프트 데이>는 미식축구 문화가 있는 미국 현지에서는 중간 이상의 평가는 받되, 최고점까지 얻은 영화는 아닌 모양이더라.  유사한 주제를 이미 다룬 <제리 맥과이어> <머니볼>이라는 선례가 있다는 사실 역시 비교 우위를 얻기 어려운 지점이었을 것이다. 그런 선례가 있다는 사실을 보도자료를 통해 뒤늦게 깨달았다. <제리 맥과이어>는 하도 오래전 본 영화라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해외 평가야 어떻건 나는 ★ 4개 주기로 정했다.  이런 결정을 내릴때마다 느끼는 건, 영화를 평가할 때 나는 빠른 전개와 반전으로 관람의 재미에 얼만큼 충실했는가에 주의한다는 점이다. <드래프트 데이>는 예정된 해피엔딩과 예측가능한 반전이라는 맹점을 안고 있다. 분명 그 점이 가장 마음에 걸린다. 그런 취약점까지 감안해도 대중영화로서 부족함은 적다. 이야기를 천박하게 전개시키지도 않고, 흥겹게 볼 만하다. 

★ 4개씩 주고 싶은 배경에는 이유가 2가지 더 있는데, 팀 간의 거래에서 보이는 심리전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이뤄지는 상황인 점을 이용해서, 설득의 기술과 촉박한 결정의 순간을 잘 편집햇다. 설득의 기술과 빠른 결정이 낳는 우연적 결과에 관객이 감탄하게 되는데, 그런 촉박한 시간 내에 어떤 결정을 내린다는 이야기의 설정은, 실제 삶에서 우리가 겪는 실제 체험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가 맘에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절대 새롭다곤 할 순 없어도, 거래하는 두 당사자 간 전화 통화 모습이 큰 영화 스크린에서 두 개의 양분된 화면으로 표현되는데, 나뉜 두 화면이 역동적으로 편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화면이 움직이기도 하고, 한쪽 화면 속 인물이 다른 화면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가기도 한다. (이건 영화를 직접 봐야 알 수 있다) 그런 편집술이 영화가 전달하는 긴장감 있는 스토리처럼, 보는 긴장감과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그런 시각 효과의 안배가 맘에 들었다.  

영화 속 대사처럼 대중은  '확실한 한방'에 쉽게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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