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금요일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변신 (씨네21)

* <씨네21>(963호)의 '반이정의 예술판독기'



변신의 무한소비





상.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 2014년
중. M.C 에셔 <변신 III> 1967~8년
하. 카프카 <변신>에서 그레고르 역을 맡은 무용가 에드워드 왓슨 2011년



아동용 로봇 완구로 시작된 <트랜스포머>는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 같은 문화산업으로 확장되었다. 시리즈물로 생명 연장을 거듭하는 변신로봇만의 유별난 아우라가 있는 모양이다. 변신 로봇의 매력은 단지 4륜구동차량과 두발로 직립한 로봇과 하늘을 나는 비행체를 몸체 하나에 구현시켰다는 사실, 그 너머의 무엇일 것이다. 변신은 스테디셀러다. 변신로봇들도, 늑대인간도, 드라큘라도, 구미호도,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도, 스파이더맨도, 결국 어떤 이의 고정된 역할이 전혀 극단적인 역할로 확장될 때, 정점을 찍는 이야기 속 캐릭터다. 변신한 캐릭터가 악역일 경우는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은유일 테다. 반면 변신한 캐릭터가 선한 역할이라면 현실에 상주하는 부조리를 뿌리 뽑고 싶은 대중의 염원이 만든 것이리라.

<변신> 시리즈를 여럿 남긴 판화가 M.C 에셔의 작품의 감동은 어디에서 올까. 대단찮은 세부들의 총합을 예상 밖의 화면으로 연결시키는 수학적 계산에 놀라움이 있다. 수상동물이 육상동물로 변형되거나, 육각형이 도마뱀 형상을 거쳐 이내 사각형으로 변형되거나, 하늘을 나는 새가 경직된 건물의 입방체로 흡수되는 과정을 일정한 패턴 속에 숨겨놓은 안목에 경이로움이 있다.
무기체에서 유기체로의 자연스러운 변형은 에셔의 <변신>에 자주 등장하는 방법론인데, 이는 현대 공상과학물이 단골로 애용하는 코드이기도 하다. 공상과학이 낳은 캐릭터들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최적의 상태로 변신을 반복한다. 그 변신들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수록 관객의 환호가 쏟아진다.

카프카의 <변신>은 소설이지만, 지문을 읽는 독자는 침대바닥에 딱정벌레의 등껍질을 깔고 누워 허공으로 벌레의 다리를 허우적대는 인간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소설 <변신>에서 아침에 일어나 거대한 딱정벌레로 변한 자신을 발견한 주인공 그레고르의 직업은 영업사원이다. 카프카가 그를 영업사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현대 샐러리맨의 인생을 상징하기에 적합해서 일 것이다. 닫힌 사회구조 안에서 자유자재로 신분 이동을 할 수 없는 현대인의 일반적 조건을 영업사원에 빗대었으리라.

부족함이 없는 특권층은 무수한 변신을 현실에서 스스럼없이 실행한다. 초현실적인 권력으로 무수한 위기를 거뜬히 헤쳐 나간다. 그들에게 변신은 그냥 현실이다. 반면 평범한 사람은 허구 세계에 출현하는 변신 캐릭터를 소비한다. 일상탈출의 압력이 높은 일반인의 두뇌에는 변신 곤충이 기생하나보다.




반이정: 미술평론가(원래 꿈은 배우). <중앙일보> <한겨레21> <시사IN>에 미술비평을 <한겨레> <경향신문>에 시평을 연재. 자전거 7대를 타고 다니는 자전거광. 네이버 파워블로거로 선정된 그의 거처는 dogstyl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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