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1일(월) 14시. 왕십리CGV. <명량 Roaring currents> (2014) 시사회.
별점: ★★
교과서와 이런 저런 교육자료를 통해서 무수한 선수업을 공동체 전체가 받은 바 있는 실존 영웅을 다룬 점에서 <명량>은 유리한 입지에서 출발하는 건지도 모른다. 집단적 애국심까지 확보할 수 있는 명량대첩이라는 승전사를 시나리오의 토대로 쓴 점도 유리한 입지 같다. 그럼에도 도무지 포인트를 잡기 어려운 영화였다. 이순신을 끌어오되 이순신의 무엇에 포인트를 맞추려 한건지, 혹은 이순신을 끌어와서 '다른 어떤 포인트'에 집중하려 한 건지를 알 수 없었다. 실존 성웅의 남다른 충성심을 관 교육 차원에서 부풀려서 유포한 사례가 우리나라는 많다. 심지어 대통령 박정희는 전국 초등학교에서 조악하게 조형된 이순신상을 세우기까지 했지 않나. 설마 이 영화가 성웅 이순신에 대해 이미 충분히 신비화된 부분을 재강화할 목적으로 제작된 건 아닐테다.
영화가 허구적 상상력을 용인할 수 있는 예술인 점을 인정한다 해도, 16세기에 벌어진 전근대적인 해전을 현대전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의 스펙터클로 다듬어 놓은 건 영 불편하다. 통신 장비가 전무한 시절에 구두 명령에 따라 아수라장이 되었을 전쟁터에서 우리 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그 명령을 이행한다는 무수한 설정 역시 맘에 걸린다. 현란한 해전 장면을 연출하고 싶은 마음을 탓할 순 없으나, 성능이 형편 없었을 게 분명한 일본군의 화승총이나 두 나라의 총통으로 마치 '스나이퍼'처럼 원거리 대상을 명중시키는 무수한 설정들은 허구적 상상력이라는 양해로 인정하긴 어려웠다. 말도 안되게 먼거리에서 벌어지는 해전을 지켜보던 일본군이 적과 아군이 뒤엉켜 있는 배위에서 이순신의 생존을 확인한다거나, 산등성 올라가 전쟁을 지켜보던 백성들이 이순신의 생존을 확인하고 환호성을 지른다는 설정 따위가 어이가 없단 얘기다. 역사적 영웅이나 역사에 길이 남을 해전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어찌보면 해전이 영화의 전부일 수 있는 <명량>은 현대적 전투의 스펙터클에 대한 압박을 받은 것 같다. 해전 장면이 꽤 길고 괘 느리게(슬로우모션) 진행되는데, 긴박감이 없어처 차음 지루하고 짜증나는 장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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