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8일 금요일

0718 동경가족 ★★★

7월18일(목) 14시.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동경가족 Tokyo family>(2013) 시사회.


별점: 



 동양문화권에 대한 여전한 호기심일 서구 관객에게 호소력 있는 영화 같았다. 그렇지만 같은 동양 문화권에 사는 한국 관객도 공유하는 문화 특유의 친숙한 광경들이- 야간 학습하는 자녀들, 깍듯한 상호 예절, 엇비슷한 동네의 풍경, -많아서 보는 내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츠마부키 사토시나 아오이 유우처럼 고른 연령층에 호소할 배우의 라인업은 서구건 동양이건 모든 관객에게 일반적인 호감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사회에 접어들면서 자식들의 자연스러운 도시 분가를 통해 전통적인 대가족이 해체되어 가는 모습을 다룬 <동경 가족>의 주제는 서구 관객에겐 훨씬 신선할 것 같았고, 이미 시골 인구가 서울로 집중되면서 근대화를 겪은 한국에서는 한편으론 친숙할 수도, 다른 한편으론 나른할 수도 있는 주제였다. 끈끈한 가족의 유대에 비해 핵가족으로 변하면서, 나이든 부모가 거처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심정적으로 '부랑자'의 처지가 된다는 설정도 우리에겐 어색하게 비치지 않는 친숙한 광경이다. 

<동경가족>은 시골 사는 부모가 자식을 만나서 동경을 짧은 기간 외유하면서 빚어지는 사건들로 구성 되어있다. 흩어져 살던 가족이 부모의 상경으로 한자리에 모여서, 잊고 지내던 과거의 지인들의 안부를 묻고, 세상을 먼저 떠난 지인의 조문, 혹은 가족의 장례식을 통해, 이전까지는 불명료했던 가족 구성원의 진정성을 재확인한다는 스토리이다. 

츠마부키 사토시와 아오이 유우 같은 젊은 스타 배우가 영화 중반부까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스토리 라인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두 남녀 배우를 미끼용으로 가져다 쓴 장식품 정도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들의 비중은 후반부에 드러난다. 그럼에도 그 비중의 반전이 영 개운치는 않다. 

그 외에도 일본인 고유의 과도한 예의의 표현이나 과장된 감정 연기도 왠지 신파조처럼 내겐 비쳤다. 또 하나의 불만은 영화가 너무 길다는 것. 굳이 146분 분량일 필요까지 있었을까. 동경과 등을 진 시골의 삶을 공동체 유대가 살아있는 마지막 낭만의 보루인양 묘사한 마지막 장면이나 노리코(아오이 유우)에게 쇼지(츠마부키 사토시)의 엄마가 30년간 착용한 시계가 건네지는 해피엔딩은 그 자체로 상싱적일 순 있지만, 노리코에게 마음을 여는 완고한 쇼지의 아버지의 태도는 왠지 도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가족의 가치와 갈등에 집중한 영화였던 만큼, 이 영화 마지막 크레딧 올라올 때 '이 작품을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게 바칩니다'라는 문장이 뜬다.  
** 내 뒷자석에 앉은 관객 2명(?)은 상영 내내 때때로 웃어가며 서로 시시콜콜 주거니 받거니 영화에 토를 달더니니만, 마지막 절정 파트에선 소리내어 울기까지 했다. 짜증나게 미친놈 같으니라고. 바스티앙 비베스의 만화 <폴리나>에 나오는 무용 선생의 대사를 인용하자면,  "난 자기 감정을 관리할 줄 모르는 사람한테는 관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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