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MBC 어떤 문화 프로그램 방송작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금 한국에서 열리는 '뭉크'전시회를 보면서 아나운서와 대화를 하는 장면을 촬영할 수 있냐는 청탁이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허락한 시간대가 하필 다음주 일요일 오전이라며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나는 얘길 주욱 듣다가... "근데 출연료는요?" 라고 물었더니 난처해하며 "사정상 출연료가 없어서 정말 너무 죄송한데요..."
라며 말을 맺질 못하더라. 그래서 나는 출연이 힘들겠다고 말했고, 서로 기분 좋게 통화를 마쳤다.
이런 일은 비단 MBC만이 아니고, 많은 방송사들이 스튜디오로 전문가를 부르는 경우가 아닌, 그들이 인터뷰이를 찾아가거나, 제 3의 장소에서 만나 인터뷰를 할 때 흔히 취하는 태도다. 전문가 인터뷰/해설 출연료 미지급이 당연한 관행이 됐다.
방송사에서 출연을 부탁할 때마다 "정말 아주 간단히 몇 마디만 해주시면 되거든요."라고 양해를 구한다.
그렇지만 출연의 주제를 나는 미리 검토를 해야하고, 방송사에서 집으로 찾아 온다면 나도 시간을 비워둬야 하며, 설령 제3의 장소에서 서로 만난다 해도 결국 인건비가 나가는 부분일 수 밖에 없다.
전문가 인터뷰를 방송사들이 취재할때 출연료 미지급 방침을 관행처럼 사용하는 건, 방송사 입장에서 내심 다음 같은 속내가 작용해서다.
"당신이 인터뷰를 해준 대가는 당신의 방송 출연 아니겠나. 그게 곧 보상 아니겠나?"
미디어 사회에서 방송 출연의 효과를 부인할 순 없다. 또 전문 영역에 대한 짧은 견해를 밝히는 것도 기쁜 일일 수 있다. 이런 부분이 만나서 관행이 되어버린 거다. 그래도 갑이 을의 그런 조건을 악용하다보니 나쁜 관행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래도 해도 너무 했지. 일요일 오전까지 예술의 전당으로 사람을 불러다가 아나운서와 질의응답까지 부탁하면서 출연료 책정을 하지 않다니.
댓글 없음:
댓글 쓰기